2010년 12월 31일 금요일

새해의 송가




* 새해의 송가 *


얼었던 눈 사위

살며시 녹이며

손님처럼 내리는

비... 겨울비


해묵은 상념

인생의 고진

말끔히 씻어내려

소록소록 내리는 비


십이월 마지막 밤

찾아오는 빗 손님

반가운 친구처럼

버선 발로 달려가


한 자락 두 자락

온 자락과 하나되어

넓디 넓은

창공에 뿌리우고


거대한 대양 속

금빛으로 잉태되어

서서히 떠오르는

새 해! 찬란한 빛 맞으리

2010년 11월 4일 목요일

별 밤




* 별 밤 *



라일락 향 그윽한

환상의 로얄 블루

별, 나

그리고 그대...


몽환 속 짓눌리던

상흔을 씻기 우는

살며시 불어오는

쾌적한 바람


여민 살갗을

에워싸듯 휘감는

여름......

초여름 밤의 내음새


화려한 낮을 거둔

재색 빛 도심 위

거대한 푸른 바다

포세이돈의 밤 하늘.


별!

별하나, 저어기 별 둘...

뽀오얀 달님 너머

은가루 백색잔치


온 천지에 창연한

거대한 꿈의 세계

별하나에 나를 싣고

별 둘에 그대를 싣고......

2010년 10월 25일 월요일

창작




* 창작 *




유전이 묻혀 있는 땅에서

시작이 반이라고

처음엔 펑펑

분수처럼 샘 솟다가

저장된 양이 고갈이 될 무렵

불순물이 점점 많아 지면서

나중엔 말라서

나오지 않게 되지



사유의 창고에서

창작을 하게 되면

부지런히 갈고 닦아

시간이 지난 뒤

소나기 한줄기 솨악 퍼붓고

다시 기화하여 구름이 되기를

기다릴 줄 아는......

고진이 필요하지



2010년 10월 24일 일요일

비 오는 날




* 비 오는 날 *


- 유형 -


비 오는 날에는

옛날에 자주 갔던

카페에 가고 싶다


향기로운 맥심에 목 적시고

늘 듣던 음악에 푹 빠져서

창 밖에 나리는 비를 감상하고 싶다


센티멘탈한 곡에 흠뻑 취해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멋진 로망의 흐름과

달콤한 꿈에 취해 보고도 싶다


마치 내가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아름다운 명 장면의

페이지가 되고 싶다



비 오는 날에는

마음이 맞는 이와 함께

우산을 맞잡고 걷고 싶다


현실의 나래를 훌훌 털고

자연과 친구와 내가 하나가 되어

살아 가는 얘기가 아니라도 좋다


그렁저렁 얘기 나눠 가면서

비를 맞으며

끝없이 걸어가고 싶다



비가 오는 날에는

때로는 혼자이고 싶다

세상이 모두 잠든 고요한 밤에

멋진 칵테일을 마시며

음악을 듣고 싶다


그리고…

아름다운 기억에 남을 영화에

흠뻑 취하고 싶다


아름다운 영화

나의 개성과

취향에 맞는…...


2010년 10월 3일 일요일

윤회




* 윤회 *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흐른다


꽃 피고 열매 맺고

씨 여물고 잎이 진다


찬란한 태양아래

화사하게 피운 꽃


신록 사이사이

소담스러운 열매 맺혀


무성한 가지마다

튼실한 씨 여물고


저무는 한 해

내년을 기약한다


인생

그리고 우리네 세상 살이......


자연과 더불어

윤회되어 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흘러간다


상념




* 상념 *


- J -



생의 수레바퀴를 잠시 멈추고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려

옛 시절로 돌아 간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가지 않았던 길을

마치 내 삶의 전부인 양

옆 길 보지 않고

묵묵히 지나 갔을까......



모든 것이 내 안에 들어 왔을 때

많은 것을 욕심대로 성취 했을 때

아무런 사심 없이

그 생활에 만족 했을까......



타인에 비추어 볼 때

그들은 자신의 성취에

안주하는 것만으로

한 세상 지고지순 하게 살고 있던가......



인생은 백 년 안 팍

거울에 비친 여과 없는 일상들…

부대끼며 사는 세상

후회 없는 맑은 삶을 살아 가야지......



2010년 10월 1일 금요일

만월




* 만월 *


- 정향 -


오월 한 나절

땀 줄기에

널 푸른 초원 위

흥건히 적시고



여기저기 터트리는

꽃망울 소리

흐르는 실바람에

그윽한 향 실려가네



서녘 산 등성이

해 기울 제

살며시 떠오르는

원광 같은 보름달



어스름 구름 사위

틈새에 머무는 듯

화안한 후광 아래

현란하게 뿜는 광채



세속 물상이 잠 든

고요한 이 밤

풍진 꿈 다독이며

찬란하게 비추이네


2010년 6월 3일 목요일

알고 있을까




* 알고 있을까 *


- J -


산은 알고 있을까

등성이 구비구비

첩첩이 쌓여있는 인고를…


돌은 알고 있을까

풍상에 비바람 치던

거대한 바위의 울부짖음을…


물은 알고 있을까

내리쬐는 폭양에

모락모락 기화하는 바다를…


그대는 알고 있을까

흘러도 흘러도

마르지 않는 눈물을……


형제 이야기




* 형제 이야기 *


- 세연 -

형제가 있었어

친형제인데

나이 차이가 좀 많았던 거지


부모님이 젊었을 때 태어난 형은

검약한 환경에서 자라

전방에서 고생하며 군복무를 마치고

직장에 들어가 차분히 돈을 모아 사업을 해서

크게 자수성가를 했대


부모님이 자리가 잡힌 다음에 태어난 동생은

형보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

군대도 면제받고

많은 유산으로 사업을 했는데

그만 장사가 안됐대


세월이 흘러 부모님은 안 계시고

잘사는 형에게 동생이 도와 달라고 하자

형은 동생에게 도움을 받으려면

그에 응당한 댓가의 일을 하라면서

그냥 도와주지는 못한다고 했대


왜냐하면 형이 이제까지 살아 오면서

단 한번도 노력 없는 댓가를 바란 적이 없고

그가 이루어낸 자수성가도

보이지 않는 피눈물 나는 노력의 결과였거든

자존심 강한 형이 말을 안 해서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동생은 부모처럼 믿고 의지했던 형이 거절하자

정말 화가 났지만

시간이 흐르자 차츰 생각이 바뀌어졌대

그래, 형은 나보다 힘들게 노력해서 일군 사람이야.

나와는 다른…

어쩌면 부모님께 사랑을 흠뻑 받고 자란 나에게

질투도 하지 않고 혼자서 사업을 일구어낸

정말 훌륭한 분이야…

내가 정당하게 일을 맡고 도움을 청하자...


형도 시간이 흐르자 이런 생각이 들었대

동생이 나를 부모님처럼 생각 했구나.

내가 좀 매몰 찼지…

동생 사정을 알고

내가 먼저 배려를 해줘야 했는데…

우리는 친 형제가 아닌가!


어느 날 두 형제는

우연히 어릴 적에 살던 집을 찾아갔대

거기에서 두 형제는 서로 만나서

따뜻한 핏줄의 정을 나누고

동생은 형에게 정당한 일감을 얻고

형은 동생이 튼튼하고 완벽하게 재기하도록

물심 양면으로 도와줬대


다시 세월이 흐르고

두 형제는 큰 사업을 일구고

서로 우애하면서 부자로 잘 살았대!


2010년 2월 19일 금요일

2009. 12. 29 (2010. 01. 01)




* 길 *


- 정향 -



눈 덮인

한 낮

해 다습던 날


산 자락

머무던

곧게 난 포도(匍道) 위


광활한

겨울 평야

펼쳐 있는 길


인생



세월……


한 발 한 발

고이 접어

주님에게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