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1일 금요일

만월




* 만월 *


- 정향 -


오월 한 나절

땀 줄기에

널 푸른 초원 위

흥건히 적시고



여기저기 터트리는

꽃망울 소리

흐르는 실바람에

그윽한 향 실려가네



서녘 산 등성이

해 기울 제

살며시 떠오르는

원광 같은 보름달



어스름 구름 사위

틈새에 머무는 듯

화안한 후광 아래

현란하게 뿜는 광채



세속 물상이 잠 든

고요한 이 밤

풍진 꿈 다독이며

찬란하게 비추이네


2010년 6월 3일 목요일

알고 있을까




* 알고 있을까 *


- J -


산은 알고 있을까

등성이 구비구비

첩첩이 쌓여있는 인고를…


돌은 알고 있을까

풍상에 비바람 치던

거대한 바위의 울부짖음을…


물은 알고 있을까

내리쬐는 폭양에

모락모락 기화하는 바다를…


그대는 알고 있을까

흘러도 흘러도

마르지 않는 눈물을……


형제 이야기




* 형제 이야기 *


- 세연 -

형제가 있었어

친형제인데

나이 차이가 좀 많았던 거지


부모님이 젊었을 때 태어난 형은

검약한 환경에서 자라

전방에서 고생하며 군복무를 마치고

직장에 들어가 차분히 돈을 모아 사업을 해서

크게 자수성가를 했대


부모님이 자리가 잡힌 다음에 태어난 동생은

형보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

군대도 면제받고

많은 유산으로 사업을 했는데

그만 장사가 안됐대


세월이 흘러 부모님은 안 계시고

잘사는 형에게 동생이 도와 달라고 하자

형은 동생에게 도움을 받으려면

그에 응당한 댓가의 일을 하라면서

그냥 도와주지는 못한다고 했대


왜냐하면 형이 이제까지 살아 오면서

단 한번도 노력 없는 댓가를 바란 적이 없고

그가 이루어낸 자수성가도

보이지 않는 피눈물 나는 노력의 결과였거든

자존심 강한 형이 말을 안 해서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동생은 부모처럼 믿고 의지했던 형이 거절하자

정말 화가 났지만

시간이 흐르자 차츰 생각이 바뀌어졌대

그래, 형은 나보다 힘들게 노력해서 일군 사람이야.

나와는 다른…

어쩌면 부모님께 사랑을 흠뻑 받고 자란 나에게

질투도 하지 않고 혼자서 사업을 일구어낸

정말 훌륭한 분이야…

내가 정당하게 일을 맡고 도움을 청하자...


형도 시간이 흐르자 이런 생각이 들었대

동생이 나를 부모님처럼 생각 했구나.

내가 좀 매몰 찼지…

동생 사정을 알고

내가 먼저 배려를 해줘야 했는데…

우리는 친 형제가 아닌가!


어느 날 두 형제는

우연히 어릴 적에 살던 집을 찾아갔대

거기에서 두 형제는 서로 만나서

따뜻한 핏줄의 정을 나누고

동생은 형에게 정당한 일감을 얻고

형은 동생이 튼튼하고 완벽하게 재기하도록

물심 양면으로 도와줬대


다시 세월이 흐르고

두 형제는 큰 사업을 일구고

서로 우애하면서 부자로 잘 살았대!


2010년 2월 19일 금요일

2009. 12. 29 (2010. 01. 01)




* 길 *


- 정향 -



눈 덮인

한 낮

해 다습던 날


산 자락

머무던

곧게 난 포도(匍道) 위


광활한

겨울 평야

펼쳐 있는 길


인생



세월……


한 발 한 발

고이 접어

주님에게 가는 길


2009년 10월 28일 수요일

2009. 10. 28




* 가을 숲 *


- 정향 -


울창한

가을 숲

곱게 물든 나뭇 잎


색,

색들의

아름다운 가을 잔치


오색

창연한

호숫가 병풍 속...


투영된

가을 하늘

눈 부신 백색 구름


푸르름

풍덩

쪽배도 두 둥실


믿음

지혜...

성장하는 가을 숲


2009년 10월 12일 월요일

2009, 10, 12




* 10월의 비 *


- 정향 -


짓부연

하늘 가

드리운 물 안개


톡..

톡...

떨어지는 빗 방울


아랫녘

단풍 소식

살며시 들려오며


움추린

옷깃 사이

귓가에 추스리고


톡..

톡...

맴도는 물 그림자


10 월...

가을녘...

오시는 길손 님


2009년 8월 3일 월요일

구름과 달과 바람




* 구름과 달과 바람 *


- 정향 -

적갈색

구름 사위

암적색

노을 빛


잔잔히

누비운

황룡(黃龍)의

도포인가


한 점

드리운

광명의

눈자위


인간사

속세에

운풍에

비추이네